인터뷰 - 황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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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아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오늘도 나는 멈추지 않고 달린다



‘강원도의 아들’ 황영조는 요즘 매서운 칼바람을 뚫고 대관령을 오르내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가 되겠다는 꿈을 키운 강원도 땅에서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태백산맥 줄기의 대관령은 마라토너가 갖춰야 할 폐활량과 근력을 키우기에 최적화된 곳. 


그는 “눈꽃이 곳곳에 핀 대관령을 넘어 달리는 순간만큼은 짜릿함 그 자체”라고 말했다. 

“강원도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마라토너 황영조는 없었을 겁니다. 얼마 전 열린 전국체전 때도 성화 봉송 최종주자로 강원도를 뛰었습니다.  ‘강원도의 아들’로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 더 뿌듯했습니다.”


황영조는 1970년 3월 22일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부보다 몸을 쓰는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교 후면 밭에 나가 일했고 바다에 뛰어들어 해초를 뜯었다. 또래보다 신체조건이 좋았던 데다 운동신경이 발달해 자연스레 운동부에 발을 들여놓았다. 산과 들, 바다가 어우러진 삼척은 마라톤 선수에겐 천혜의 땅이었다. 삼척 근덕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체계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사이클부에 들어가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유망주로 성장했다. 강릉 명륜고에 진학하면서 종목을 육상으로 바꿨다.


“사이클은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운동입니다. 형편이 넉넉지 않아 꾸준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찾은 대안이 육상이었죠.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원 없이 할 수 있었거든요. 더욱이 당시 육상대회가 열리면 어김없이 1등을 했습니다. 달리기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어요.”


잘 갖춰진 기초 체력에 폐활량이 뛰어나 육상 선수로는 제격이었다. 훗날 올림픽의 꽃이라 불리는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따기까지 그는 스스로 지옥훈련을 해나갔다.



마라톤에 최적화된 신체조건


중거리 선수로 시작해 장거리로 종목을 바꿨다. 1988년엔 전국체육대회 1만m에서 2위에 입상했다. 고교 1학년생이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그는 “어떤 대회도 두렵거나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코오롱 실업팀에 입단했다. 체계적인 훈련 시스템은 노력파인 황영조에게 딱 맞는 옷과 같았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기록을 경신하는 황영조에 대해 전문가들은 빼어난 폐활량 덕이라고 말한다. 


심폐지구력이야말로 마라토너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다. 정작 황영조는 정신력을 강조한다.


“어머니가 제주도 해녀 출신입니다. 그러나 그 어머니에게서 가장 많이 받은 영향은 정신력이에요.”


1991년 제62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출전하면서 그는 마라톤 선수로 전향했다. 동료 선수들의 기록을 끌어 올리기 위해 페이스메이커로 출전한 이 대회에서 그는 깜짝 3등을 한다.




몬주익 언덕의 영웅으로 우뚝 서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올림픽. 황영조는 이날 족저근막염이 도져 서 있기도 힘든 상태였다.


“출발 총성이 울릴 때까지 통증이 심했습니다. 그런데 5분을 달리자 거짓말처럼 고통이 사라졌고, 순풍에 돛 단 듯 컨디션까지 최고조에 달했어요.”


그는 일본 선수와 선두그룹으로 달리다 40km 지점인 몬주익 언덕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8만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당당히 결승선을 통과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故 손기정 선생이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날이었다. 그는 관중석을 지키던 손기정 선생에게 다가가 금메달을 걸어주었다. 그의 두 손을 부여잡은 손 선생은 눈물을 흘리며 “고맙다”고 말했다. 전성기는 지속됐다. 1994년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운 그는 히로시마 아시아 경기대회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했다.




후배 양성하며 마라톤 외길 인생


1996년 동아국제마라톤대회를 끝으로 그는 은퇴를 선언한다.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고 싶었습니다. 더 뛸 수 있었고 금메달 딸 자신도 있었지만, 공부에 대한 미련을 접을 수 없었어요.” 감독보다 황영조 선수라는 호칭이 더 익숙한 그는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을 18년째 이끌고 있다. 마라톤 외길을 걸으며 제2의 황영조를 키우고 있다.



Q. 감독 황영조는 어떤 지도자인가요?


팀 소속 선수가 모두 상위 랭커들입니다. 눈에 독기가 서려 있을만큼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죠. 다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준정부 기관이다 보니 지원 폭이 실업단에 비해 작아 선수층은 얇은 편입니다. 꾸준히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도 좋은 선수를 발굴해 최고의 선수로 키우겠다는 포부는 변함이 없습니다. 은퇴를 발표한 후 지도자의 길 외에 어떤 것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마라톤이고요.




Q. 강원도 출신이라 평창올림픽 개최에 대한 감회가 남다를 거 같아요.


세 번의 도전 끝에 평창 동계올림픽이 확정된 순간 온몸이 짜릿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유치위원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날들이 보상받는 것 같았습니다. 평창 명예군민이라서 더 뿌듯했죠. 내 고향 강원도에서 겨울 스포츠인들의 대축제가 열린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강원도는 겨울스포츠 지역으로 최적의 입지입니다. 다만 높고 긴 산맥으로 인해 동서로 단절됐고, 사회기반시설(SOC)이 미흡한 게 사실이었죠. 그러나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모든 것이 변했습니다. KTX, 고속도로 개통 등이 좋은 예입니다. ‘2018년은 강원도의 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Q. 마라톤 인프라 및 문화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나요?


과거 프로 위주였던 마라톤이 생활 동호회 스포츠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경쟁에 집중했던 운영 방식을 이제 축제의 형태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야구의 경우 단순 관람보다 데이트, 응원문화 즐기기 등으로 변했습니다. 축구장에서는 지지하는 팀과 한 몸이라는 것을 강조하죠. 마라톤도 지자체, 주최기관,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같이 만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저 스스로 생활 동호인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대회를 즐깁니다. 앞으로 축제식 대회 운영이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거로 기대합니다.




Q. ‘인생 문장’이 뭔가요?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친구와 가족관계에서도 배신이 일어나는 각박한 세상이지만, 꿈을 향해 노력하는 행동은 절대 배신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과정에서 중도 포기를 하는 사람이 많아요. 저는 오히려 포기하고 싶을 만큼 노력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고독한 스포츠입니다. 그래서 흔히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죠.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도 그런 정신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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